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서 여의도에 입성할 300명이 확정됐다. 총선은 민심의 풍향계라고 하는 만큼 다양한 직종과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국민의 대표로 선정됐다. 단 엔지니어 출신은 이번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정치권의 관심 분야를 엿볼 수 있다. 검찰 개혁과 의대 증원 등이 굵직한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각 정당은 관련 분야 출신 인재 모시기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법조인 출신 61명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4년 전 46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경찰 출신 당선자는 총 10명으로 나타나 첫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이 정치권 최대 화두인 만큼 의사 출신 국회의원도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대 국회와 비교해 4배 늘어난 8명이며 보건의료인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총 12명이 당선됐다. 저마다 업계의 입장과 발전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엔지니어링업계는 어떠한가. 연일 제도 개선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지만 제대로 소통할 곳이 마땅치 않다. 현재 업계에는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치권은 무관심하다.
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가 없으니 홀대 받기 일수다. 당장 지방계약법만 살펴봐도 누구 하나 발언하지 않고 있다. 일정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대규모 반대 집회에 관한 기사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이 도산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엔지니어와 그 가족을 포함한 100만여명의 생존권이 무방비 상태로 들판 위에 놓인 셈이다.
시끌벅적했던 총선 잔치는 끝났다.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엔지니어링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를 대변하는 정치권 인사의 부재를 최소 4년은 더 경험해야 한다.
백날, 천날 탄원서를 제출하고 시위를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경영자가 한 발짝 뒤로 빠져있는 상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규제 강화 등으로 영업이익은 점점 곤두박질치고 결국에는 산업이 쇠퇴의 길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보여주기식 대항 말고 엔지니어링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를 만드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