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자격과 학경력 사이
상태바
[사당골]자격과 학경력 사이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4.04.16 16:21
  • 댓글 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경력자의 등급을 특급까지 허용하는 엔산법 개정안이 뜨겁다. 기술사와 기사 자격이 있는 엔지니어는 "무자격자가 특급이 되는 것은 조무사가 의사가 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 "학경력자 양산은 결국 엔지니어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경영자들의 이득만 가져올 것이다", "종국에는 공대생의 신규유입을 막아 업계의 미래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사 팀장님 얼마 받으세요? -0000만원 받는다.- 아 그러세요? 이놈의 업계는 미래가 없군요.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30대 기술사의 연봉은 1억원 가량이었다. 지금은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잘해야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가 적어도 3배 올랐다고 본다면 결과적으로 손해인 셈이다. 90년대 일본 직장인 연봉이 438만엔인데, 34년이 지난 현재 445만엔인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은 엔산법상 그렇다는 것이고 대다수 건설엔지니어들은 건설기술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자격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일은 없다. 다만 정부의 기조 즉 “엔지니어링산업에서 자격을 어떻게 볼 것이냐”라는 관점에서 이번 조치가 건진법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런 조치를 시행했을까. 경영자들이 엔지니어를 싼값에 쓰고 싶어서 대정부 로비라도 한 것일까. 사실 자격에 대한 평가절하는 자격자체보다 PQ 기준의 전반적인 완화가 가장 큰 몫을 했다. 모두들 기준이 낮아 졌기 때문에 굳이 기술사가 아니더라도 경력과 실적이 있다면 예전보다 빠르게 책임급으로 올라 설 수 있게 됐다. 사실상 퇴직이 없는 상태에서 비상근이라는 이름으로 자격을 대여하다보니 자격증이 켜켜이 쌓이면서 가치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건설분야만큼 자격증으로 직업적 안정성을 지켜주고 국가가 나서서 경력을 관리해 주는 업종이 있나 싶다. 당장 의사가 개원을 한다 해도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숫자와 경력을 강제하지 않는다. 사실 없어도 되고 경력도 개인 혹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대부분의 기업과 업종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IT만 봐도 경력이고 자격이고 필요 없고 오직 개발자의 능력을 개발자가 증명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자격 자체가 없고 설령 있다 해도 경력과 실적에 비하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상의 업종과 마찬가지로 대학교 나와 경력과 실적을 쌓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뿐이다. 실적도 국가에서 관리해주는 곳은 없을뿐더러 특정분야에 몇 명의 엔지니어를 배치할 것을 강제하는 곳도 없다. 엔지니어가 잘하냐, 못하냐는 오로지 발주처와 인터뷰로만 결정된다. 

자격증은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한 동북아 지방의 문화로 보통교육의 확장판 같은 개념이다. 즉 자격증을 통해 업무 수행의 최소기준을 맞추고 보수교육과 실적을 등록해 관리를 해왔다. 고도화된 산업화가 지나고 개발정체가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격증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선진엔지니어링에서는 자격증의 개념도 없지만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대한민국보다 크게 높다. 즉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거나 엔지니어 대한 사회적인 지위를 인정하는데 자격증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전 세계가 자격여부와 상관없이 경력과 실적으로 엔지니어를 대우하는 만큼 그 추세선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격증 있으면 뭐하나. 그 높고 높다는 기술사를 따도 선진국 엔지니어 연봉의 절반도 안되고 사회는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자격이나 학경력 논쟁보다 왜 엔지니어링과 엔지니어의 대우가 여기까지 인지. 또 어떻게 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장희 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원용 2024-04-25 09:32:26
기능사도 따지 못할 지적 수준이라면 엔지니어가 될 수가 없죠.
자기 경험만 믿고 헛소리하는 시공, 감리자들 많이 보고 꼭 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학경력을 특급으로 만드는 순간 제2의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끊이질 않겠군요.
R&D지원도 삭감하는 검사출신이 대한민국 공학자체를 망하게 만들려 하네요.

엔지니어 2024-04-22 13:20:14
기사, 기술사를 가졌다고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 같습니다. 그리 생각한다면 해당 전공 안나와도 일 잘하는 사람 널렸습니다. 자격증 취득해본 사람은 알 껍니다. 자격증 취득시 생각보다 기초 공부가 많이 되었다는 것을, 이것이 일과 연계된 사람도 있고, 안되는 사람(자격증은 기초자격, 경력은 실무능력)도 있는 것 일 뿐. 그리고, 타 분야에서 우리 업종에 대한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합니다!

거꾸로강을거슬러오르는 2024-04-22 09:57:45
ㅋㅋ 아니 가면 갈수록 설계 난이도는 높아지는데 수행하는 사람은 자격을 낮춘다고? ㅋㅋ 설계업을 그냥 도면 그리는 업종으로 전락시키려고 하나?

인정기술사 2024-04-21 22:23:51
댓글보니 가관이다~ㅋ. 그래 국가기술자격은 최소한의 자격만 검정용이지, 면허는 국가기술자격이 아니라 국가전문자격을 취득해야만 업면허를 유지할수 있음. 즉, 의사는 국가기술자격이 아니라 국가전문자격이지.
그런데, 최소한의 검증 기준인 국가기술자격을 무시하는 사람들 생각좀 해보셈, 부동산 중개하는데 싸고 저렴하고 안전한 집을 경력으로 잘 중개하면되지, 그건 왜 국가전문자격으로 자격증이 없으면 못하게 함?. 의사는 대리 수술도 많이 시킨다고 하는데..

이공계가 멍청한 이유가 죄다 고유의 업역을 보유한 분야는 국가전문자격으로 밥그릇을 챙기는데 이공계는 아무 쓸데도 없는 국가기술자격으로 땡처리하고 있다고 못느낌?....

이러니, 엔지니어들이 찬밥 신세가 되는거다~~~ㅋ . 기사 자격증도 딸 실력 없으면 그냥

뭐가 중한디 2024-04-20 23:06:33
요즘 인서울 출신 신입사원 보면 기초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도대체 학점은 높은데 뭘 배워서 온 건지?
메이저 회사 10년이상 경력을 쌓았지만 하지도 않은 수많은 공짜 실적을 가진 차부장급 이상 엔지니어들 실무 능력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엔지니어들 정말 많다.
기본적인 설계기준이나 지침서도 보지도 않는다.
물론 기술사들도 돈으로 취득했는지 실무능력과 기술적 판단 꽝인 기술사들도 어이 없다.

하지만 반면에
그렇지 않은 신입사원과 엔지니어와 기술사들도 많다.
한쪽만 보지말자
외국사례 많이 이야기 하는데 그들의 엔지니어 제도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그리고 자격증 있는 사람 비판하려면 일단 한번 따보시고 비판하시길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