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저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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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저 몰랐을 뿐이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10.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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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최근 도로공사 국감에서 열띤 논쟁이 일었던 이슈는 단연 서울~양평고속도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엔지니어링사 임원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국감스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수록 언성은 높아져갔다.

불현듯이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든, 국회든 더이상 용역이라는 말을 쓰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상황에서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꺼낸 김 의원에게 모 국회의원은 "(엔지니어링은) 너무 길다, 다른말 없어요?"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에게 반문한 모 의원의 언사는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크나큰 모욕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 한명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는 어렵다. 아마 그 자리에 있던 국회의원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입법을 하는 그들이지만 365일 정무가 바쁜 상황에서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거나 관심있어 하는 의원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특히 채택된 증인들과의 문답을 보면서 의원들의 고충이 이해됐다. 일반적인 대기업, 중견기업에서야 부사장, 상무면 최고 핵심층이다. 그게 상식이지만 안타깝게도 엔지니어링업계에선 널리고 널린 직급이다. 그들을 잡고서 원하는 답을 못받는 건 국회의원 자질 문제가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정말 몰랐거나, 눈치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였거나 둘 중 하나다.

이틀 전 열린 국토부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한국터널환경학회장에 대해 모 의원은 도로교통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도로얘기하는데 터널전문가가 온다면 저렇게 질문하는게 상식적이다. 이번에도 안타깝지만 틀렸다. 도로에는 교량도, 터널도 모두 있다. 물론 상하수도 엔지니어도 일한다. 국회의원들이 이런걸 어떻게 알겠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제대로 배우면 된다. 용역은 엔지니어링이라 하는게 맞다. 2년전 건진법 개정안을 통해서 용역이 엔지니어링으로 바뀌었다. 법이 바뀌었는데 제대로 부르는게 당연하다.

그들의 역할이 단순 심부름꾼이라는 단어로 담을 수 없어서라는 이유도 있다. 엔지니어는 사업 전 과정에서 창의를 발휘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낸다. 글로벌엔지니어링사에선 기술자들이 재무적, 법적 검토까지 하면서 올라운드 스페셜리스트가 돼고 있다.

국회의원의 품격도 한껏 올려준다. “존경하는 OO의원님”이란 말은 빼먹지 않고 잘하지 않나. 엔지니어링이라 불러주는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 집앞에 깔린 도로, 지하철이 용역업체의 설계보다는 엔지니어링사의 설계라는게 훨씬 있어보이지 않겠나.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게 여러모로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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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보면꾹참어 2023-10-30 08:44:10
지방 발주처에서는 아직도 용역 용역 한다 발주 사업명에도 아직 용역 용역이라 써 있지만 누가 하나 바로 잡을 쏘냐

거놔 2023-10-27 09:50:56
해건협에서도 아직 용역이라고 명칭하던데....

숑숑 2023-10-25 09:01:36
그래서 엔지니어링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고!!!!
그럴려면 엔지니어링업계 인원이 모두 모여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항일 기자님 화이팅 2023-10-24 22:29:47
조항일 기자님
초지일관 좌고우면하지 않고 끝까지 엔지니어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군요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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