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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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3.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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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김성열 기자

최근 업계가 하도급 금지법으로 뜨겁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발의된 법 하나가 산업 근간을 흔들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업계와 관련 협회의 무능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법안이 발의되기 전이나 후나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영 의원이 발의한 하도급 금지법은 사전에 논란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 법은 2021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토교통부에 감리제도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권고한 것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감리를 건설엔지니어링으로 퉁쳐서 표현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설계 부문에서도 하도급이 전면 금지되는 법이 돼버린 것이다.

권익위는 2021년 12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위의 권고사항을 밝혔다. 당시 본지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서는 건설엔지니어링의 하도급 원칙적 제한에 대해 게재했었다. 인터넷에 건설엔지니어링만 검색했어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건설엔지니어링이라는 표현을 건설기술관리(감리)로만 변경했어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권익위 권고 이전인 2021년 10월 건설기술관리협회는 여러 우려 끝에 건설엔지니어링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건설기술용역을 건설엔지니어링으로 표현하는 건진법 개정안에 따른 조치인데, 이에 따른 책임감은 약했었던 것 같다. 협회 이름에도 적혀있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2년의 유예 끝에 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와 협회는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 법안이 발의되고 4일 뒤에야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마저도 기한을 짧게 두는 바람에 일부 업체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2주 정도 지난 뒤에야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허 의원 측이 함께 참가한 간담회에서 업계가 제시한 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원안 강행을 고집했고 시행령으로 보완하는 정도가 논의됐다. 업계에서는 원안으로 제정될 경우, 법 해석 과정에서 시행령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할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다 보니 일각에서는 협회가 협회사보다 상위 기관인 국토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업계를 대변하고 대표해서 적극적으로 싸워줘야 하는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법안이 발의되고 지금까지 업계가 해낸 것은 엔지니어들이 직접 움직인 것밖에 없다. 1,5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은 입법예고 등록의견에 반대 글을 게시했다. 본격적으로 의견이 달리기 시작한 것은 14일부터로, 단 이틀 만에 이뤄낸 결과다. 그렇다고 해도 법안 제정 가능성을 점쳐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결국 말 한마디로 해결될 수도 있었던 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업계와 협회의 무관심 때문이다. 산업이 무너지면 업계도, 협회도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갈 뿐이다. 이제는 이들도 진짜 엔지니어링산업을 위한 길이 뭔지 깨달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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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 2023-03-22 12:51:38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부수고 땅도 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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