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용하니 더 불안한 월급쟁이 신세
상태바
<기자수첩>조용하니 더 불안한 월급쟁이 신세
  • 이명주 기자
  • 승인 2013.12.02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새 조용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최근 EPC사 종사자들 입에서 나오는 한탄 섞인 말이다.

업체들의 실적은 알 수 없을정도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 역시 이전에 비해 수익이 줄어들다 보니 가장 먼저 임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예년에 비해 2~3주정도 빠른 임원급 인사 단행되기는 했으나 아직 일반 직원들에 대한 인사이동에 대한 소식은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A기업이 이번에 부장급 간부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등, B기업은 수천명 감원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음습해오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학습효과 때문이 아닌가 싶다.

IMF사태 직후 상당수의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직장을 나서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그당시에는 나는 살아남았지만 15년이 지난 이번에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함 그것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상위 EPC사를 공채로 입사했으나 IMF때 퇴사를 할 수밖에 없어 외국업체로 이직한 취재원이 있다. 이직한 그는 그곳에서 국내 업체에서 못보였던 능력까지 펼치고 있다. 만약 이렇게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이 업계를 지키며 남아 있었다면 과연 지금 업계 위기가 극단적으로 도래했을까?

경영이 안좋아지면 경영진들은 가장 먼저 책임 소재에 대한 인사정책을 시행한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실력자들이 자리를 잃고 십수년 후에 이와 같은 악순환은 다시 재발한다. 바로 車와 包까지 버리고 말을 두는 현재 국내 EPC사들의 도돌이표식 인사정책 현주소인 것이다.

인사철이 코앞에 닥친 오늘,  경영진들이 버리는 말이 내가 아니길 빌며 월급쟁이 신세 임직원들은 담배 한개피를 물고 차디찬 바람에 깊은 속 앓이를 할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