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예타면제 사업②]B/C 0.3 서남해안 관광도로, 기적인가 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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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예타면제 사업②]B/C 0.3 서남해안 관광도로, 기적인가 억지인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3.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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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계량화 안되는 지역주민 편의성 고려해야"
전문가들 "주거민이 대다수, 비용대비 경제성 떨어져"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서남해안 관광도로는 지난 1월 정부의 23개, 24조원 규모의 예타면제 사업 중 하나로 채택됐다. 이 사업은 신안 압해~해남 화원, 여수 화태도~백야도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각각 4,800억원, 5,200억원 등 총 투입비용만 1조원에 달한다.

신안 압해~해남 구간은 신안 압해와 목포 율도․달리도, 해남 화원 등 3개 시군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연장은 13.4km다. 해상교량 2개소와 해저터널 1개소가 설치된다. 여수 화태~백야 구간은 여수 돌산읍 화태도, 화정면 월호도·개도·제도·백야도 등 5개 섬을 연결한다. 총연장 11.4㎞로, 해상교량 4개소가 설치된다.

서남해안 관광도로는 국도 77호선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국도 77호선은 경기도 파주에서 서해안과 남해안을 따라 부산 중구까지 총 8개 시도, 45개 시군을 통과하는 연장 1,224km(중용구간 포함)의 국내 최장 도로다. .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서남해안 관광도로 예타면제 결정은 서남해안 지자체들의 숙원사업인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 사업’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 사업은 주요 지역에 관광 거점을 조성하고 이를 연결해 권역으로 묶는 사업이다. 지난 2000~2009년 10년에 걸쳐 총 4조1,46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사업성 문제 등으로 현재는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 지난 1월 정부는 23개, 24조원 규모의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한 가운데 서남해안 관광도로도 이에 포함됐다. 사업규모는 약 1조원이다./전남도청

◆세계 4번째 다도(多島)국, 도서지역 육지화의 한계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의 첫 관문이 될 서남해안 관광도로는 국도 77호선의 연결을 위한 마중물이다.서남해안 관광도로는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연도교, 즉 해상교량을 통해 연결된다. 행정구역상 전남지역인 이곳에는 우리나라 전체 섬의 50% 이상이 모여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지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섬은 모두 3,348개(북한 제외)로 이중 전남에는 무려 65%에 달하는 2,165개의 섬이 모여있다.

수천개의 섬이 기라성처럼 늘어서 있다보니 지역 주민들은 해로를 통해 육지를 오가는 일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전부 육지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섬지역 거주자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지역의 육지화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연륙․연도교가 사업업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 가 대부분 미흡으로 판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라남도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연륙․연도교 사업은 채 10건이 되지 않는다. 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를 지내던 2015년에는 국토부의 제4차 국도․국지도 계획 수립에서 해상 교량이 배제되면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연륙․연도교 사업 확충은 이 전 지사의 공약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지역을 해양관광 및 농생명산업 선도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업이 다시한번 탄력을 받게 됐지만 여전히 저조한 B/C 때문에 사업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KDI에 따르면 이번에 예타면제가 결정된 서남해안 관광도로 구간 중 압해~화원의 경우 2014년 예타조사에서 B/C가 0.28에 그쳤다. 전남지역의 연륙․연도교의 평균 B/C도 0.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익산청 “예타산정 잘못됐다”

예타조사 문턱을 계속해서 넘지 못하자 전남도와 익산청은 손을 잡고 지난해 12월 연륙․연도교 건립타당성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공청회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은 ▲교통 수요 ▲편익 및 비용 ▲정책 등 3가지 등 측면에서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도서 지역은 치안확보, 정주여건 개선, 관광자원 개발 등을 위해 도로 연결이 절실하지만 타당성 부족으로 매번 사업이 좌절됐다”며 “단순하게 B/C만으로 측정되지 않는 점을 다방면에서 살펴보기 위해 진행한 공청회”라고 언급했다.

교통연구원은 먼저 교통 수요 측면에서는 성수기 외에 4계절 실제 관광수요에 따른 교통량 증가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편익 측면에서는 계량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타당성조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여객선 이용자 통행시간․운임비용 절감, 선박결함 문제 해소, 지역개발 효과 등 편익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낙후도 지수를 현재 시․군․구에서 읍․면․동까지 세분화해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해당 항목의 평가점수를 높일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천사대교 개통, 서남해안 관광도로 예타면제 논란 ‘분수령’

지역민들의 생활편의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제성 측면에서 서남해안 관광도로를 비롯한 연륙․연도교 사업 활성화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 2010년 착공한 천사대교는 내달 개통을 앞두고 있다. 천사대교는 타당성조사 당시 B/C가 0.36에 불과했지만 2008년 지역균형발전 30대 선도사업에 선정돼 사업이 결정됐다. 사진은 천사대교 전경./신안군

현실적으로 비용과 실용성 문제가 가장 크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구조 엔지니어는 “사실상 주 이용자는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일텐데 도서지역 인구수를 감안하면 세부적인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교량 하나에 수천억원이 들어가는데 아무리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값비싼 다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B사 엔지니어도 “요즘에는 지역마다 콘셉트를 강조하면서 이제는 단순하게 섬과 섬을 연결하는 교량이 아닌 예술성과 안전성 등을 모두 갖춘 설계를 원한다”며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사장교보다난이도가 높은 현수교를 선호하는데 이러다보면 비용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의 교량이다. 무게가 수천 톤에 이르는 케이블을 주탑에 거치하는 작업이 공중에서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에 기상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등 고난이도 공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서남해안 관광도로가 어떤 형태로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역 대부분의 교량이 그렇듯이 관광객보다는 한정된 지역민들의 이용이 더 잦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휴가철 권역별 국내여행 예정지역 분포에서 호남내륙지역의 선호도는 전라권에서만 16.0%의 저조한 선호도를 나타냈다.

사실상 관광객 흡수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남해안 관광도로 예타면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분수령은 내달 개통되는 천사대교로 보인다.

▲ 지난해 휴가철 권역별 국내여행 예정지역 분포./한국교통연구원

익산청이 2010년부터 5,814억을 투입해 길이 10.8km, 너비 11.5m, 왕복 2차로 규모의 교량으로 당초 ‘새천년대교’로 알려져 있다. 이 교량은 2008년 지역균형발전사업 30대 선도사업으로 선정돼 사실상 예타면제가 된 사업이다. 천사대교는 당시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36점에 불과했다. B/C가 미흡해 4차로에서 2차로로 폭을 좁혀 사업을 진행했다.

전남도와 익산청 등에서는 인근 주민 60만여명의 교통편의성이 개선되고 500만여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에 불과하다.

서남해안 관광도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B/C는 더 낮고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종합평가(AHP)에서도 0.354로 사업 추진 기준인 0.5에도 못미친다.

A사 구조 엔지니어는 “서남해안 일대 연륙․연도교 사업은 관광객 등 수치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타당성조사가 어렵고 또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상 교량의 경우 선박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안전성까지 고려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만큼 서남해안 관광도로가 성공한 사업으로 남을지 아닐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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