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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8개월만 월급 받는 감리원, 택배 상하차로 ‘투잡’

기사승인 2018.10.12  13: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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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 늘어나도 감리대가는 그대로
주재비도 중간서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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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 수자원 감리로 업계에 발을 담근 S씨의 팔뚝은 유난히 두꺼웠다. 비결(?)을 묻자 밤낮없이 뛰어온 ‘알바’였다. 

올해로 15년째 수자원 감리원으로 한우물만 판 S씨는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3년 처음 감리업계에 뛰어든 S씨는 자신이 ‘투잡’을 하는 ‘유령직원’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S씨는 “택배 물류창고 상하차, 청과물 시장, 심지어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까지 거의 매년 돌아가면서 일을 해봤다”라며 “일급으로 받는 상하차 알바를 많이 하다 보니 전문가 못잖은 요령이 생겼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S씨의 이중생활은 업계의 불안정한 급여체계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평범한 직장인과 똑같은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매달 월급이 나오는 것이 아닌 현장에 나가 ‘일한만큼’만 돈을 받을 수 있는 감리업계의 이상한 급여체계가 S씨를 투잡으로 내몬 것이다.

1년에 동․하절기 두 번의 공사 휴기를 가지는 건설업 특성상 안전사고 등 관리감독을 위해 투입되는 감리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월급 일부를 받을 수 없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공기가 연장되기라도 하면 설계, 시공 등은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감리원들의 대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건설공사 감리대가기준을 살펴보면 감리원 배치기준을 총 공사비 대비 감리기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총 공사비용이 100억원일 경우 총 평균감리기간은 28개월, 150억원일 경우 30개월 등으로 정해져 있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대부분이 이들의 근무기간을 늘였다 줄였다 고무줄처럼 조정한다. 설령 사업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준공시점까지 개월수를 쪼갠다.

S씨는 “감리원 생활 초창기에 맡은 프로젝트는 첫해에 0.72개월 밖에 일하지 못해 근 1년은 알바를 했다. 이후에도 근무기간이 들쑥날쑥해 생활이 불안정했다”며 “감리 현장이 대부분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어서 현장에 있는 감리원도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의 연속성이 없다보니 안전사고의 우려가 큰 현장도 많다. S씨는 “감리원이 빠진 기간에 진행된 공사가 후에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책임은 오로지 우리에게 있다”며 “사회 전 분야가 안전제일주의로 가는 판국에 건설업에서 이러한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운좋게 착한 발주처를 만나 예정대로 현장에 배치돼도 알바는 계속된다. 전국 현장을 돌아다녀야하는 감리원들은 주거, 식대, 교통비 등 주재비를 별도로 받는데 여기에서도 감리원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S씨는 말한다.

S씨는 “발주처는 일반적으로 용역계약을 할 때 주재비를 책정하는데 이를 대부분의 회사들이 중간에서 받고 100% 지급하지 않는다”라며 “실제 회사에서 주재비 명목으로 받는 돈으로는 방 하나 제대로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이 원룸은 고사하고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발주처는 일반적으로 감리사들이 현장 주재비용을 상주인건비의 30%로 책정한다. 현장마다 다르지만 수도권에서 지방의 현장을 가게 되면 월 추정 주재비는 150만원에 달한다. S씨의 경우 평균 주재비로 45만~60만원을 받고 있었다. 

S씨는 “예를 들어 3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1인당 평균 주재비가 160만원정도 나오는데 대부분이 이를 모두 주지 않는다”며 “결국 현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재비 외에도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하다. 결국 현장에서 손실된 월급은 다음에 알바를 해서 메꿔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대화의 막바지, 가장 소중한 가족들이 S씨의 ‘이중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S씨는 “10여년 전 결혼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현장에 복귀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당분간 현장에서 빠져야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이후로 현장에 복귀하지 못해 10개월간 알바를 하면서 밤낮 없이 지내다 보니 당시 아내로부터 사기결혼을 당한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S씨는 “돈을 더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만 제대로 달라는 것이다”라며 “힘겨워지면 제일먼저 아이들에게 나가는 돈부터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왜 나는 내 자식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키울 자유도 없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조항일 기자 hijoe77@engdaily.com

<저작권자 © 엔지니어링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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